‘I draw :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기획 전시(제목을 정말 잘 짓지 않았나요😃!)를 보고 왔는데요. 지금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예술가 16인의 드로잉, 일러스트레이션, 오브제, 애니메이션, 설치 작품 등을 전시하고 있었어요. 작품도 작품이지만, 각 작품의 특색이 돋보이게 전시 벽면의 색깔이나 질감, 조명, 향기 등을 달리 한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작품을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어서, 방을 이동할 때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

그 중에서 마음에 든 작품이 있었는데, 위에 보고 계신 프랑스 작가 크리스텔 로데이아의 일러스트였어요. ‘주로 여성이 중심인물로 등장해 주변 인물이나, 그를 둘러싼 세계와의 관계를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작가'라고 하는데요. 그림 속 여성은 자신과 동일한 실루엣의 어떤 형상으로부터 귓속말을 듣고 있죠. 그 형상은 수백만개의 별을 품은 우주처럼 보이고요.

평범한 ‘지구인’이지만, 저 여성의 마음과 머리는 거대한 우주를 상상하고 있구나, 저 총명한 눈빛에서 원대한 꿈과 포부를 느꼈는데요. 그러다가 이런 상상도 해봤어요. 혹시 저 멀리 이름 모를 행성에 또 다른 내가 살고 있어 텔레파시를 주고받는 행위를 형상화한 것이 아닐까, 이것은 평행 우주?!😱

그런데 계속 보고 있자니 우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듣는 것'이 '말하는 것' 보다 더 적극성이 필요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아시겠지만 왼쪽 귀로 듣고 오른쪽 귀로 흘려 보내지 않으려면, 상당한 집중력과 인내심이 필요하잖아요. 말하고 싶은 욕구를 참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려면 호기심과 배려가 필요하고요. 우주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저 그림이 “낮은 자세로 만물에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작가의 다짐으로 읽히는 건 그래서일까요? 

요즘에 '아,, 내가 일상에서도 방송에서도 말을 너무 많이 했나?' 후회할 때가 종종 있었거든요. 세상의 소리, 우주의 비밀에 관심을 기울여야, 그 안에서 좋은 콘텐츠가 나올텐데 말이죠. 그림 속 여성처럼 우주의 소리를 더 공들여 들어야겠다고 다짐했던 워크숍이었습니다. ‘듣다보면 똑똑해지는 라디오’를 잘 만들기 위해 '잘 들어야겠다'고요😘  

앗뿔싸

추신 : 이번 주는 릴레이 기획회의 일정으로 레터도 간략히 보냅니다. 다음 주에 풍성한 소식 들고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