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듣똑러님께 드려요💛 듣똑러님께 드리는 Newsletter #9 Weekly 똑똑 (2019. 3. 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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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구물리학자 호프 자런이 쓴 책 <랩걸>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와요. '첫 뿌리가 감수하는 위험만큼 더 두려운 것은 없다. 첫 뿌리의 임무는 닻을 내리는 것이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우주물리학자 황정아 박사는 듣똑라와의 인터뷰에서 "책을 보고 피눈물이 났다"고 했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뒤늦게 책을 보니 황 박사가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 알겠더라고요.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은 참 많이 닮아 있었어요. 여성 과학자로서 생존을 위해 버텨온 시간들, 그 속에서 첫 뿌리로서 감수한 것들까지도요.
황 박사는 "여성 과학자가 본인의 경력을 지키며 살아남는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합니다. 정규직 여성 비율이 10%도 채 되지 않는 과학계에서 여성 연구원은 조금만 튀어도 '4차원', '독한 여자'가 되고 조금이라도 부족한 모습을 보이면 '여자라서 안 돼'라는 말이 늘 따라 붙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결혼·출산은 곧 경력 단절의 위기로 직결됐어요.세계적 권위의 풀브라이트상을 여성과학자 최초로 세 번이나 수상한 호프 자런조차 책에서 임신을 '평생 해본 일 중 가장 힘든 일이었다'고 회상합니다. 그는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여성 최초로 종신 교수직을 받기 직전 '만삭'이라는 이유로 연구실 출입을 금지 당했어요. 황 박사는 "출산휴가 기간인 3개월 동안 뒤처지지 않으려 편히 쉬어본 적 없다"고 털어놨죠. 그렇게 우주환경 연구를 위해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이 되기까지 황 박사가 보내온 시간은 '버티기'에 가까웠습니다. 그 와중에도 황 박사는 자신의 연구는 물론 대중 강연에 언론 인터뷰, 책 집필, 후배 연구원 멘토링까지 쉬지 않고 있어요. "내 한 걸음이 후배가 한 발 더 앞서서 출발할 수 있는 '디딤돌'이 돼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면서요.
그 말에 진행자로서의 본분을 잊고 바보처럼 눈물이 났습니다. (방송 들은 청취자 분들, 많이 놀라셨죠?😭) 지금까지 듣똑라를 진행하면서 만난 여성 리더 분들은 인터뷰 말미에 '내 뒤의 후배들' 이야기를 거의 빼놓지 않으셨는데요. 황 박사의 말을 듣는 순간 이런 한 분 한 분의 존재가 같은 사회를 사는 '후배'로서 너무 감사하고 소중하게 다가오더라고요.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라고 해요. 듣똑라와 듣똑러님이 심은 씨앗도 언젠가 큰 나무가 될 날이 오겠죠? 그 씨앗들이 모여 연대의 꽃이 조금씩 피어나려 하고 있네요. 첫 뿌리를 내려준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오늘도 우리 잘 버텨보자고요! 2019. 3. 22 홍상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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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박사가 추천사를 쓴 호프 자런의 <랩 걸> |
황 박사가 <로켓 걸스>와 <힐빌리의 노래>를 읽고 리뷰한 두 편의 글이 실려있는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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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관
1. 문재인 대통령이 두 명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20일 지명했어요. 문형배 부산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이미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인데요. 4월 18일 퇴임하는 조용호, 서기석 재판관의 후임이죠. 그런데 지명이 됐다고 바로 임명이 되는 건 아닙니다. 국회의 거의 모든 것 방송에서 말씀드렸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결과 보고서가 채택되면 4월 19일부터 임기를 시작하게 되죠.
2. 헌법재판관은 총 9명인데요. 3명은 대통령이, 3명은 국회가,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어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하죠. 임기는 6년. 2013년 4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명했던 조용호, 서기석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면서,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새로 지명하게 된 것이죠.
3. 보수 색채가 강했던 헌재가 이번 지명을 통해, 중도나 진보 성향으로 옮겨갔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연합뉴스는 재판관 2명이 교체되면, 진보성향 4명(유남석,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보수성향 3명(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중도성향 2명(이선애, 이미선)이 된다고 보도했어요. 낙태죄에 대한 헌법소원 선고가 임박해있어, 헌재 구성이 바뀌면 위헌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입니다.
4. 무엇보다 이미선 판사가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1988년 헌재 출범 후 31년만에 최초로 세 명의 여성 재판관이 함께 일하게 되는데요. 여성 재판관이 배출된게 2003년이었거든요. 작년 9월에서야 2명이 됐고, 이번에 3명으로 늘어난 것이죠. 법 중의 법, 헌법을 다루는 헌법재판관의 구성이야말로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번 임명이 앞으로 헌재 결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지켜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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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번 주 눈여겨 본 기사는 한겨레의 '자영업 약탈자들' 탐사보도 입니다. 권리금 6000만원짜리 가게가 순식간에 '무권리'가 되고, 다시 보름만에 2000만원의 권리금이 붙어 매매됩니다. 누군가의 퇴직금, 누군가의 전재산이었을지 모를 그 권리금을 '컨설팅'이라는 곳에서 어떻게 '빼먹는지' 묘사합니다. 장나래 기자는 이 기사를 위해 직접 창업컨설팅 회사에 취업했다고 하네요. 덕분에 프랜차이즈와 창업컨설팅간의 관계, '배우' 의사를 이용해 건물 전체를 고가분양하는 행태 등이 생생하게 담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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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어문 계열을 전공한 저는 한때 자조 섞인 농담으로 '문송합니다'라는 말을 종종 쓰곤 했어요. 그런데 최근 인문학 전반에 깔린 정서를 꼬집는 기획기사가 나와 소개해 드리려 해요. 취재팀은 '문레기''문사철''문과충'이라는 단어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검색해 함께 쓰인 표현들을 모아 시각화 했어요. 이를 통해 해당 단어가 '자조'를 넘어 공격적 표현의 무기로 사용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대학이 취업의 통로가 된 상황에서 이런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더 안타까운 기사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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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출산율이란 한 여성이 가임 기간인 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데요. 2018년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곳곳에서 '저출산 충격'이라고 아우성이죠.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저출산 대책이 쏟아지는가운데, 서울신문에서 '출산은 선택, 육아는 함께'라는 기획기사를 시작했는데요. 무자녀 부부는 왜 출산을 포기할까, 한국 사회가 출산을 강요할 수 있는 사회일까, 진지하게 묻고 있는 기획이라 신선하게 다가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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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한 자 : 횬 기자 제가 제일 좋아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는 '기묘한 이야기'랍니다. 20일에 드디어 시즌 3의 공식 트레일러가 공개됐는데요😂 예고편을 보니 배우들은 훌쩍 커버렸지만, 80년대 대담하고 컬러풀한 색감과 유쾌한 무드, 그로테스크한 악의 무리들이 한데 어우러지는건 여전하네요. 뉴트로(NEW+RETRO,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가 대세라더니, '힙함'의 최전선에 있는 드라마 같아요. 7월 4일 전편이 공개되는데요, 그저 안 본 눈이 부럽🙈
아, 그리고 HBO드라마 '왕좌의 게임' 파이널 시즌의 공식 예고편도 2주전 공개된 거 알고 계시죠? 지난 7시즌 동안 'Winter is coming!'을 예언했는데, 드디어 그 겨울이 오려나봅니다. 백귀들과의 대전쟁이 벌써부터 등골을 서늘하게 하네요. 4월 14일 첫 에피소드가 방영되니 얼마 남지 않았다고요💞
기대작 한 편 더 말씀드리면, 방송에서도 소개했던 '빅 리틀 라이즈' 시즌2가 6월에 돌아온답니다. 니콜 키드먼, 로라 던, 리즈 위더스푼까지 당대 최고의 여자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이 작품은, 'SKY캐슬'의 마지막편을 보고 절대 실망한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드라마입니다. 시즌2엔 레전더리 배우, 메릴 스트립까지 합류하니, 아직 시즌1을 안 보셨다면 지금 당장 플레이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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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횬 기자가 산 책을 소개합니다(광고 아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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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널 가질 수 없다면 매거진B라도👛
마케터라면 무조건 사 본다는 매거진B, 저도 종종 사보는데요. 한 브랜드를 여러 관점에서 집요하게 파고 드는 잡지다 보니, 읽고 나면 마치 그 브랜드를 갖게 된 듯 충만해지는 게 있더라고요. 프렌치 시크의 선봉이자 럭셔리의 궁극인 샤넬편은, 장인이 한땀한땀 만든 샤넬의 제품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데요. 한 편의 영화 같은 샤넬쇼의 제작과정도 충실하게 담고 있어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 라거펠트(2월 19일 별세)가 세상을 떠나기 20여일 전에 잡지가 나온터라, 샤넬 사장님의 이 코멘트가 짠하게 다가오네요. "라거펠트 이후에 대한 계획은 아직 '현안'이 아니다. 여전히 그 분과 함께 일할 수 있어 행복하고 영광스럽다." |
책에대한책을읽고책을산뒤책을보기😵
출판사 난다의 '읽어본다' 시리즈 아시나요? 저는 <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각자의 책을 읽는다>를 소장하고 있는데요. '82년생 김지영'을 비롯해 요즘 핫한 책은 다 만들고 있다는 민음사의 선후배 편집자 서효인 시인과, 박혜진 문학평론가의 책이 나와 또 사고 말았네요. 이 시리즈는 디자인이 참 돋보이는데요. 두 사람이 매일 한 권의 다른 책을 읽고 책일기를 써내려가거든요. 왼쪽 페이지엔 서효인 시인의 글이, 오른쪽 페이지엔 박혜진 평론가의 글이 실려있어 마치 두 권의 책을 동시에 읽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두 저자의 이야기가 가끔 크로스 될 때는 괜한 희열이...이 책의 치명적인 단점은, 저자들이 예찬하는 책을 따라서 구매하다 가산을 탕진할 수 있다는 점이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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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회~57회> 다음주, 듣똑라 키워드는요~ #베네수엘라 #국가붕괴 #포퓰리즘 #1인가구 #나혼자산다 #김학의 #장자연 #YG #JYP #SM #빅히트
53회 - 3.25(월)
베네수엘라의 국가 붕괴, 어떻게 봐야하나(f. 이영희 국제 기자)
54회 - 3.26(화)
55회 - 3.27(수) [특집-2부]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법-1인 가구의 거의 모든 것
56회 - 3.28(목)
잊지 말아야 할 두 이름 : 김학의 그리고 장자연
57회 - 3.29(금)
지난해 실적으로 본 엔터 4강(YG, JYP, SM, 빅히트) 체제 (f. 민경원 대중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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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부터 여러분이 뉴스레터에 보내주신 소중한 피드백도 소개해드릴게요. 여러분의 따뜻한 응원과 지지에 저희 모두 울컥했어요ㅠ 감사합니다!
"저번주 알찬내용 요약해서 잘 봤습니다~(금요일 오후에 온거를 매번 월요일에 읽고 있어요 ㅎㅎㅎ) 버닝썬 사건과 관련하여 요목조목 잘 짚어주셔서 분노하면서 들었습니다. 한가지 덧붙여서 장자연님 사건 또한 재조명해서 들려주셨으면 좋겠어요.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목격자 윤지오님 덕분에 새로운 국면을 맞은것 같아서 의미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코르테스와 긴즈버그 방송에서는 정말 몰랐던 분야인데 알게돼서 기뻤습니다. 듣똑라를 통해 매번 똑똑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행복합니다 :) 기자님들 항상 응원해요~"
"이지상 기자님의 선언에 뭉클했습니다. 응원해요. 여성 스피커로만 이루어진 방송이 특이한 게 아니라 평범하게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오기를! 그리고 저도 캡틴 마블 보고 브리 라슨 뒤늦게 입덕 했어요 ㅎㅎ 방송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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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다보면 똑똑해지는 라디오, 듣똑라는? 깨어있는 밀레니얼의 시사교양 토크쇼. 이지상, 홍상지, 김효은 기자가 제작, 진행하고 중앙그룹 기자들이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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