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똑러님, 안녕하세요. 홍상지입니다.
제 TMI로 레터를 시작해볼까 해요. 요새 저의 최대 화두가 하나 있는데요. 바로 ‘자기확신’이랍니다. 왜 별안간 ‘자기확신’이라는 키워드에 꽂혔냐면요. 최근에 본 두 콘텐츠 때문이에요.
첫 번째 콘텐츠는 제가 레터 위에 붙인 영상이에요. 14F가 제작한 이 영상은 90년대 청년(소위 X세대)들의 자유로운 패션과 가치관을 취재한 당시 뉴스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영상에서 제가 꽂힌 건 그들의 패션도 패션이지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표현하는 데서 강하게 느껴지는 ‘자기확신’이었어요.
“남의 시선을 느끼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에 “전혀 신경쓰지 않습니다. 제가 입고 싶은대로 입고요.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좋거든요(한때 유행어인 ‘조크든요’의 원조격)”라고 말하는 여성, “개성있고 실용적”이라며 차 키를 목걸이처럼 하고 다니는 남성, 가치관을 묻자 “자유롭게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답하는 여성 등을 보면 단순한 답변 하나, 행동 하나에서도 자신감이 느껴지더라고요.
90년대 X세대는 IMF 직전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 등 국제대회를 연달아 개최하고 눈부신 경제성장을 온몸으로 느꼈던 세대예요. 그만큼 자기확신을 갖기 쉬운 환경이었을지도요. 자연스레 ‘나와 내 세대가 겪고있는 환경’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습니다. 지금의 20~30대를 ‘부모 세대보다 못 살게 된 첫 세대’라고 부르기도 하잖아요. 그런 걸 보면 '우리는 정말 자기확신을 갖기 힘든 환경에서 태어났구나' 싶어요. 요즘 90년대 스타일이 유행하는 것도 다시 올지 모를 그때 그 '부흥기'에 대한 동경이 담겨 있을 거란 짐작도 하게 되고요.
두 번째 콘텐츠는 북저널리즘에서 발행한 ‘버닝맨, 혁신을 실험하다’입니다. 이 콘텐츠는 미국 블랙록 사막 한복판에서 열리는 커뮤니티 ‘버닝맨’에 참가한 저자의 르포 기사예요. 해마다 수만 명이 모여 허허벌판에서 각종 행사를 열고 큰 나무인형을 불로 태우는, 이 버닝맨 커뮤니티의 기행을 글로 읽는 재미도 있지만 그중에서도 제 뇌리를 스친 한 문장이 있어요. 저자는 블랙록 사막 위에 놓인 소파에 동료들과 앉아 이런 생각을 했대요.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다 마음을 먹고 여기까지 왔는데 결국 모든 게 '나에 대한 근본적 믿음과 자립'으로부터 시작된 게 아닐까?>
결국 모든 선택의 결정권자는 나 자신이고, 그런 나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나는 (버닝맨 포함) 어떤 경험도 할 수 없었을 거라는 게 저자의 이야기였어요. 수많은 텍스트 중에서도 이 부분이 유독 와 닿았어요. 내가 한 모든 결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앞으로의 나 역시 만들어 나가는 거라면 ‘자기확신’은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글이 길어졌어요. 쓰면서 생각을 정리해보니 ‘근거 있는’ 자신감도 생기네요. ‘지금까지 잘 버텨온 나 스스로를 확신하지 않을 이유는 조금도 없다’고 말이에요. 오늘 하루도 수많은 결정을 하게 될 저와 듣똑러님을 마음 깊이 응원합니다.
홍상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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